언젠가 공개할 일기

작성자
IS
작성일
2015-06-22 22:40
조회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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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용기를 내서 회사를 박차고 나왔다.
첫 번째로 의미있는 삶을 살고 싶었고, 두 번째로 하고 싶은 일이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나올 때 큰 계산을 하지 않았다.
한 달만 기다리면 나왔을 인센티브를 고려하지 않았고, 부모님께 먼저 동의를 구하지도 않았으며, 무엇보다도 앞으로 하게 될 일에 대해서 이 것이 얼마나 재정적으로 합당한 비즈니스 모델인지도 정확히 계산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최근 들어 조금 흔들렸던 것 같다.
내가 오기로 도전한 것인가, 나는 과연 잘 할 수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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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도쿄에 벤치마킹 여행을 다녀온 이후로 약 1주일 동안 부동산을 살펴보았다.
가장 들어가고 싶었던 망원동부터 시작해서 염리동, 서교동, 성산동, 신수동, 대흥동, 서촌, 성수동 등을 살펴보았다.

그런데 딜레마가 발생했다.
평수가 조금이라도 크면 (약 10평 정도) 월세가 비싸고, 또 작으면 (약 7-8평) 원하던 공간 구현이 이루어지지 않을 것 같다.
또 권리금, 유동인구, 집과의 거리, 역세권, 동네 상권 등을 모두 생각하니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무래도 내가 만들고 싶어하는 공간은 책과 술이 결합된, 결코 흔치 않은 공간이기 때문이다.
롤모델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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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생각보다 책을 읽지 않는다.
도쿄에 갔던 북카페(츠타야 서점 포함)에서도 사람들은 이 공간을 책을 읽기보다는 일을 하거나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으로 활용했다.
책이라는 것은 읽기위한 수단이 아닌 그저 인테리어인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최근 부동산을 알아보면서 계속 흔들렸던 것 같다.
내가 만들 공간에 대한 굳건한 정의가 필요했다.

결국 내가 회사를 나오면서까지 이 공간을 만들려고 했던 이유는,
첫 번째로 우리나라에 거의 없을 (아마도 없을) 공간을 처음으로 만들고 싶었고
두 번째로 이런 공간이 있다면 나는 종종 이용했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내가 만들고자 하는 공간은 Bookbar다.
Book cafe는 이미 많고 최근에는 서점에서 맥주까지 팔기 시작했다.
그런데 진정 술과 책을 결합한 공간은 아직까지 없는 것 같다.

나는 술과 책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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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과 책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공간은 이러하다.

첫 번째로, 술 한 잔 하면서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
가령, 레이몬드 챈들러의 추리 소설인 \'기나긴 이별\' 에서는 칵테일 김렛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책에 대해서 이야기하며 김렛을 이야기하고, 김렛을 이야기하며 책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그러면 책이 더욱 재미있고, 술이 더욱 맛있을 것 같다.

두 번째로, 술 한 잔 하면서 책을 읽을 수 있으면 좋겠다.
왜 책을 읽을 때 꼭 커피를 마셔야 하지? 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물론 엄청난 집중력으로 이해가 필요한 실용서의 경우 알콜이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 만약 시나 소설과 같은 문학이라면 오히려 알콜이 더욱 책에 몰입을 하게 만드는 기폭제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실제로 나는 소설을 읽을 때 약간의 알콜을 찾고 싶었고, 그러한 공간이 없어서 아쉬웠다.
그래서 내 공간에는 실용서가 없을 것이다.

세 번째로, 술과 관련된 책도 판매를 하고 싶다.
김렛을 마시는 사람에게 \'기나긴 이별\'을 판매할 수 있고, 피나콜라다를 마시는 사람에게 \'댄스댄스댄스(by 무라카미 하루키)\'를 판매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책을 읽을 때 더 행복할 것 같다.
그리고 모히또와 다이키리를 마시는 사람에게는 \'헤밍웨이\'의 책을 판매할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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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세 가지를 구현할 수 있는 공간은 이러하다.

첫 번째로, 최소 10평은 되어야 하겠다. 너무 좁으면 그냥 바가 되어버린다. 책은 그저 장식품에 불과한.
(사실 이 점 때문에 가장 많이 고민을 했다. 결국 사람들은 이 공간에서 책을 안 읽을 수 있는데, 괜히 너무 오버하는 것이 아닌가 싶은)
두 번째로, 사람이 엄청나게 붐비지는 않지만 집에 들어가는 길가에 있었으면 좋겠다.
그냥 집 안에 들어가기 전에 한 잔을 할 수 있거나, 집에 있다가 책 한 권 들고 나올 수 있는.
세 번째로, 위의 두 조건이 만족했을 경우 월세가 100만원이 넘어서는 안 된다.
이래서 어려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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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부터 다시 힘내자.
흔들리지 말고.
전체 2

  • 2016-04-05 00:23

    안녕하세요 🙂
    인성님 글을 하루하루 아끼며 읽고 있어요!


    • 2016-04-12 10:07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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