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마다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직업의 기준은 다르다. 높은 연봉, 많은 이들이 우러러보는 명예, 여유있는 삶을 누릴 수 있는 워크 앤 라이프밸런스 등. 나 또한 이런 기준들을 마음에 품고 살기도 했고, 여전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이 있기도 하다. 하지만 최근들어 가장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기준은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일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지금의 일은 두 가지 모두에 의해 행동이 제한받기 때문이다. 가령, 아무리 가고 싶은 모임이 있다 하더라도 일요일을 제외한 밤에 열린다면 가지 못한다. 물론 대부분의 행사와 모임들은 모두 밤에 발생하기에, 거의 못 갔다고 보면 된다. 그래서 한동안 고민을 했었다. 내가 어떤 일을 하면 장소와 시간에 제약받지 않고 일을 할 수 있을까, 하고. 그러다가 바쁜 일정으로 인해 고민은 서서히 희미해졌다. 더불어 지금의 일은 그 한 가지의 단점을 제외하고는 많은 점에서 만족스럽다. 그러던 중 갑작스레 등장한 이 책.

사실, 호감이 있던 출판사에서 새로 출간한 책이길래 눈여겨 보고 있었다. 언젠가 읽어야지, 하고. 그러던 어느 날 책의 저자인 도유진 님이 책바에 오셨다. 반가운 마음에 오지랖을 부려 먼저 인사를 건넸음은 물론이고. (한 번도 뵌 적 없던 분을 단번에 알아본 나도 참 대단하다) 책을 읽은 상태에서 인사를 했으면 더 좋았을텐데, 하고 아쉬움을 드러냈더니 다음날 다시 온 유진 님은 책을 선물로 주셨다. 그러니 당장 안 읽을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도 ‘원하는 곳에서 일하고 살아갈 자유’라는 부제가 마음을 강하게 이끌었다.

책의 매력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 내가 몰랐던 정보를 알차게 제공해줬고, 두 번째로는 편견을 걷어내줬다. 책을 읽기 전에는 막연히 외국 생활이 담긴 에세이 류라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분석과 설명이 가득한 사회과학 책이었다. 디지털 노마드가 어떤 것인지부터 이러한 삶을 가능케하는 회사들에 대한 소개와 삶을 누리고 있는 사람들의 인터뷰 그리고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어두운 면까지.

이 중에서 기억에 남기고 싶은 문장들을 옮겨보았다.

# 기억에 남기고 싶은 문장

– 디지털 노마드는 단순히 끝없이 여행하며 일하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어디에서 일하고 살아갈지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의미한다.

– 훌륭한 인재는 시카고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에 퍼져있는데, 이들과 함께 일하기 위해 이들을 억지로 이동시키는 것보다는 자신이 있는 곳에 그대로 있도록 하는 게 훨씬 더 편합니다. 우리 직원 중에는 재택근무를 하는 사람도 있고, 집보다는 카페나 협업공간을 선호하는 사람도 있어요. 오전은 집에서, 오후에는 협업공간에서 일을 하는 식으로 장소를 옮기면서 일을 하는 사람도 있고요. 뭐가 되었든 간에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서, 또는 개인에 따라서 가장 최선인 방식으로 일을 하는 거죠. 가장 중요한 건, 원격근무를 시행함으로써 각 직원들이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방식으로 일을 할 수 있도록 선택의 기회를 주는 겁니다.

– 디지털 노마드 가운데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몇 개의 도시를 근거지 삼아 계절마다 주기적으로 옮겨 다니며 생활하는 사람도 있다. 나 역시 마지막으로 추운 겨울을 경험한 지가 꽤 오래되었다. 날씨가 내 행복에 아주 크게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 디지털 노마드라고 하면 대부분 웹사이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해변가에서 노트북을 들고 있는 모습 같은 걸 떠올리곤 합니다. 말도 안 되고, 전혀 사실과 달라요. 제대로 일하는 사람이라면 매일 해변가에서 시간을 보내는 일 같은건 절대 불가능합니다. 반드시 일하기 좋고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우선순위에 두어야 하죠.

– 우리는 지금껏 당연하게만 생각했던 것들, 익숙한 것들에서 벗어나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식으로 살아갈 때 가장 행복한지 실험해 보고 선택할 수 있는 행운아들이다.

– 2010년 미국 인구조사에서 나타난 원격근무자 중 사기업에 소속된 이들의 비중은 59.5%, 프리랜서와 자영업자는 34.9%, 정부 기관에 소속된 이들의 비중은 5.6%로 나타났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사실은 디지털 노마드가 그저 자유로움 만을 추구하는 사람이 아닌,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선택하고 책임지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자신이 가장 일을 잘 할 수 있는 환경(시간, 장소 등)을 선택하고 집중해서 일을 한 뒤, 그 나머지 시간에 자유를 즐길 수 있는 삶. 언젠가는 살아볼 수 있는 삶이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두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