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어른에 대한 기준이 다르다. 나는 독립하는 기간 만큼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혼자 사는 집은 자유와 안락을 주지만 무한한 책임도 뒤따른다. 숨만 쉬어도 먼지는 쌓여 가고, 귀찮은 빨래는 제때 끝내야만 하며, 식은 땀이 온몸에 맺히도록 아플 때에도 정신차리고 나을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응급실에 갈 정도여도 가급적 부모님이 모르도록 하는 것이 포인트) 거기다가 일정한 날마다 우편함에 꽂히는 각종 공과금까지. 즉, 책임지는 것이 많아질 수록 어른에 가까워지는 것 아닐까.

<서울에 내 방 하나>는 저자가 인생에서 자립해 나가는 순간들이 담겼다. 제목에 들어간 방은 물리적인 방과 사고의 방을 모두 의미하며, 두 종류의 방을 통해 그가 어떻게 어른이 되어가고 있는지 엿볼 수 있다. 책바에서 진행하는 빌보드 차트 최다 우승자 중 한 명인 만큼, 글맛도 풍부하다. 새삼 나이를 먹었다고 느끼는 게, 동년배들의 결과물을 볼 때다. 이제는 친구들이 책을 몇 권 씩 쓰고,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영화를 만들기도 하며, 구성원들을 이끄는 리더의 역할도 맡고 있다. 각자의 길에서 멋진 어른이 되어 주기를. 나도 내가 걷는 길에서 그랬으면 한다.

#기억에남기고싶은문장

취향이 생긴다는 건 독립적인 사람이 된다는 말이다. 엄마가 사주던 옷을 곧이곧대로 입다가 어느 날 갑자기 “아! 요새 애들 이런 거 안 입는다고!” 소리 지르기 시작하면 어른이 되는 첫발을 디딘 거다. 무슨 영화 좋아하세요, 묻는 말에 눈치껏 <이터널 선샤인>이나 <비포 선라이즈>처럼 대답하기 좋은 영화 제목을 대다가, <트랜스포머> 같은 제목도 당당하게 대기 시작하면 정말로 남들 신경 안 쓰고 자신을 보여줄 수 있다는 말이다. (p.1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