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은 뒤 깨달은 점을 바로 실행으로 옮기고 싶은 욕구가 들 때가 있다. 그래야 비로소 그 책을 마무리 했다는 생각이 든다. 방금 읽은 <앞으로의 책방>도 그렇다. 이 책은 저자가 서점 주인과 같이 책과 관련된 사람들과 인터뷰를 나누고 다양한 시도를 하는 서점들의 이야기를 전달한다. 아무래도 우리나라보다 책을 많이 읽는 일본이다보니, 책의 종류도 다양할 뿐더러 머리 속에 상상만 했을 법한 시도들을 해낸다.

먼저 독특한 서점부터. 책바가 소설 속에 등장하는 술을 만들어서 판매하듯이, 소설 속에 나온 물건을 상상력으로 구사하여 만들고 판매하는 서점(HON x MONO BOOKS)이 있다. 한번은 소설 속에 등장한 찻잔을 협업을 통해 만들어냈는데, 한 잔에 무려 30만엔이었다. 그런데 팔렸다.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더 아름답다.

Q. 이런 가게를 만들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A. G.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잃어버린 시간의 바다>라는 소설이 계기입니다. 학생 시절 읽은 소설로 첫 부분에 바다에서 장미 향이 나는 장면이 있습니다. 그 장면이 계속 머리 한 편에 남아 있어서 어떻게든 그 향기를 맡아 보고 싶었습니다. 사실은 아내가 향료 회사에서 향수 관련 일을 하고 있어서 아내에게 <잃어버린 시간의 바다>를 읽고 그 향기를 재현해달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 향기를 향수로 만들어 팔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르케스의 소설을 읽은 어딘가의 누군가는 그 향수를 사고 싶을 것이다. 읽지 않은 사람은 그 향기를 계기로 마르케스의 소설이 읽고 싶어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p.100)

나도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를 읽고 ‘커티삭 하이볼’을 꼭 마셔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고, 책바를 만들게 된 하나의 큰 이유가 되었다. 그런데 비슷한 생각을 한 사람이 바다건너 있다니, 왠지모를 동지애가 가득하다. 부디 앞으로도 잘 되시길. 또 어떤 서점(책방 기스이이키)은 내부에 비밀의 방이 있다. 그런데, 이 방에 들어가는 기준이 까다롭다. 일단 10살이 넘어서는 안되고, (나뿐만 아니라 이 글을 읽는 모든 사람들은 이미 이번 생은 망했군) 책을 읽고 암호를 맞춰야만 열쇠를 받을 수 있다. 더불어 안에서 본 것들은 절대 발설해서는 안된다. 내가 만약에 열살 때 이 방에 들어가본 경험이 있다면, 그리고 이 경험이 너무나도 특별했다면 평생 이 서점에서만 책을 살 것 같다.

이제는 기억에 남기고 싶은 기획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우리는 잠을 잘 때 누구나 꿈을 꾼다. 그런데 그 꿈의 기억이 아무리 생생해도 일어나서 잠시 딴짓을 하면 잊혀지기 마련이다. 특히 아름답거나 애틋한 꿈이었다면 더 아쉬웠으리라. 그런데, 이 꿈을 책으로 만들어주는 서점(TORINOS BOOK STORE)이 있다. 서비스의 이름은 ‘꿈 책’으로 수면 중 뇌파에 대한 연구로 꿈 내용의 패턴 확인 알고리즘을 구축한 일본전기기술연구소(JEL)와 서점의 제휴로 탄생했다.

‘꿈 책’을 희망하는 투숙객은 뇌파를 측정하는 간이형 헤드셋을 장착하고 잠자리에 듭니다. 꿈의 내용이 자동으로 문장으로 만들어져 3~4일 이내에 문장을 교정, 제본해서 투숙객의 집으로 우편으로 보내는 시스템입니다. 수면 중에 꿈을 꾸지 않은 경우와 매우 무서운 꿈을 꿔서 책으로 만들고 싶지 않은 경우에는 요금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중철로 제본한 20페이지 정도의 작은 책자에 가깝지만, 자기가 본 꿈이 책이 되는 서비스에 흥미를 갖는 투숙객은 많습니다. (p.118)

퀄리티에 따라 가치가 다르겠지만 어쨌든 실로 엄청난 기획이다. 누구나 한번 쯤은 희망하지만 실행은 상상하지도 못한 일을 해낸 것이다. 그 외에도 어떤 서점은 문고판 책을 약봉지로 포장하여 기분에 따라 처방하여 판매하기도 하고, 저자와 제목 등을 모두 가린채 한 문장만을 드러내서 호기심을 자아내어 판매를 하기도 한다. 이 모든 기획의 핵심은 ‘책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을 서점으로 불러들이고, 책을 구매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어차피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알아서 책을 살테니.

덕분에 책바에 대한 재미난 기획들이 떠올랐다. 책을 조금 더 많이 판매하고 싶다. 읽는 즐거움 뿐만 아니라, 사는 즐거움을 제공하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 일단 17 S/S 메뉴판부터 완성하자.

#기억에 남기고 싶은 문장

p.19

책을 파는 것만이 책방의 일은 아닙니다. 책과 책방의 매력을 많은 사람에게 전하는 것도 책방의 중요한 일 중의 하나입니다. 그중에서도 그다지 책에 흥미가 없는 사람들에게 책과 책방의 매력을 전달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미래의 독자와 미래의 책방 애호가를 위해서 매력적인 세계로의 입구를 가능한 한 많이 만들어야 합니다. 책과 책 이외의 것을 조합하여 기획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p.62

책만큼은 제가 좋아하는 가게에서 사고 싶습니다. 책방이란 ‘장소’보다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책을 사러 가는 것보다 가게 주인을 만나러 간다는 것이 큽니다.

p.65

편리함 만이 가치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주문하고 다음 날 바로 도착하는 편리함보다 기분이 좋아지는 무언가가 있을 거로 생각합니다. 저는 책을 읽는 것보다, 책을 파는 것보다, 책과 사람의 만나는 방법을 디자인하는 것에서 행복을 느낍니다. 지금까지 책을 읽지 않았던 사람을 책의 세계로 이끈다고 할까요. 책방에 가지 않는 사람은 뜻밖에도 많습니다. 책방의 현장에서 무언가를 하기보다 책방에 오지 않는 사람을 상대로 하고 싶습니다. 책방의 현장에서 열심히 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책방에 오는 사람에게만 접근할 수 있습니다. 책방에 오지 않는 사람에게 다가가서 책방으로 오게 할 기획을 생각하고 싶습니다.

p.113

오프라인 서점에서는 책과의 우연한 만남이 즐겁다고 말하지만, 책방에 책이 놓여 있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그런 만남은 ‘필연적인 우연의 만남’이라고 후지이 씨는 말합니다. 확실히 책방 밖에서 책과 만나는 것이야말로 진짜 의미로 ‘우연’의 만남이라고 보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