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술이 공존하는 공간인 책바(Chaeg Bar)를 시작한지 약 한 달이 되었다. 뭔가 소감을 쓰기엔 터무니없이 짧은 시간이지만 그래도 기억에 남기고 싶어서 쓴다.
1. 세상은 정말 좁다
페이스북을 통해 세상이 좁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는데, 바를 운영하니 피부로 실감하게 되었다. 한두 다리만 건너면 웬만하면 다 알겠더라. 짧은 시간동안 누구를 만나든 좋은 인상까지 심어주지는 못할지라도 나쁜 인상을 전달해서는 안 될 것이다. 세상은 점점 더 좁아질 것이다.
2. 다양한 사람들이 많다
이전에 다녔던 회사의 일원으로 계속 살았다면 만나기 힘들 다양한 사람들과 하루가 다르게 만나고 있다. 처음 만나는 관계일지라도 진솔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점에서 지금 이 일에 감사하고 있다. 그리고 또 모른다, 이 인연이 미래에 어떻게 연결이 될지.
3. 술에는 힘이 있다
족적을 남긴 예술가들이 괜히 술을 사랑한 것이 아니었다. 책바에서는 방문한 손님으로 하여금 일정한 주제를 정해서 짧은 글을 쓰도록 요청을 한다. (물론 안 써도 된다.) 그리고 투표를 받은 뒤 반응이 좋은 작품자들에게는 술도 드린다. 실제로 반응이 좋은 글들은 어느 정도의 알콜이 들어간 이후 탄생하였다.
4. 공간은 만들기 나름이다
책과 술이 과연 어울릴까? 라는 많은 의문을 받았지만, 그래도 술 한 잔 하면서 책을 읽는 손님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공간을 기획하고 만들면 그것을 이용하는 손님이 등장하기 마련이다. 물론 더 잘 만들어야 하는 것이 매순간의 고민이다.
5. 외로운 싸움이다
아침, 점심은 집에서 먹고 저녁은 오픈 하기 전에 대부분 혼자 먹는다. 그래서 오픈 이후에 누군가와 단둘이 밥 먹은 적이 아마도 없는 것 같다. 앞으로도 이런 나날들이 한동안 이어지겠지. 외로운 싸움이다.
6. 사용하는 근육이 달라졌다
학창시절도 그렇고 회사생활도 그렇고 대부분 앉아서 공부를 하거나 일을 했다. 그런데 지금 하는 일은 일 하는 내내 서있어야 한다. 쓰던 근육이 달라졌고, 몸이 좀 긴장했는지 약간의 근육통 또한 발생했다.
7. 야근은 변함 없다
회사 생활을 할 때 가끔 야근을 했다. 그렇게 야근을 하면, 그날 하루는 글자 그대로 사라졌다. 지금도 야근을 한다. 더 늦게까지 한다. 하지만 출근이 늦은 오후이기에, 최소한 오전 오후는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같은 야근이지만 만족도는 달라졌다.
8. 손님은 예측할 수 없다
아직 자리를 잡기 전이어서 손님의 빈도가 대중 없다. 평일 임에도 붐비는 경우가 있고, 토요일인데도 아주 한가한 경우가 있다. 처음에는 손님이 많이 올 것 같은 날에 조금 더 신경써서 옷도 입고 준비를 했는데, 이제는 매일 한결 같다.
9. 감사한 사람들이 많다
일을 하면서 내 주위에는 감사한 사람들이 정말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도 이들에 대한 마음이 소홀해지지 않도록 더 잘 해야겠다. 또한 응원해주신 마음이 헛되지 않도록 책바 또한 더욱 매력적인 공간으로 만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