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을 수 없는 일이 발생했다.
누군가 한국에서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 어디인가요? 라고 물었을 때, 세 손가락으로 꼽는 공간 중 하나가 파주에 있는 ‘카메라타’이다.
클래식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음악 감상실(겸 카페)이자, 종종 멋진 공연이 펼쳐지는 예술 공간이기도 하다. 특히 비가 내릴 때 이 곳에서 빗소리와 함께 음악을 들으면 귀로 누릴 수 있는 모든 행복을 만끽하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이 공간을 운영하는 사람은 아나운서로 왕성하게 활동하셨던 황인용 선생님으로, ‘노년에는 이렇게 살고싶다’라는 마음을 품게 해주는 롤모델이다.
카메라타에는 읽을 수 있는 책들도 비치되어 있다. 사랑하는 공간에 내가 쓴 책을 두고 싶은 로망이 있었기에, 2년 전 <머물러 있는 청춘>을 썼을 때는 몰래 놓았고 작년 <소설 마시는 시간>을 썼을 때는 조금 더 용기를 내서 선생님께 직접 전달해드렸다. (인증샷도 찍었다!)
오늘 책바에 선생님이 오셨다. 처음에는 너무 깜짝 놀라서 2-3초간 멍하니 서있다가, 이내 정신을 차리곤 달려나가 악수를 청하며 인사를 했다.
<소설 마시는 시간>이 너무 재밌어서 두 번이나 읽었다는 말씀과 함께 꼭 오고 싶었다고도 하셨다. 선생님은 <1Q84>에 등장했던 커티삭 하이볼을 한 잔 드셨다. 떠나실 때는 다음에 아들과 함께 오시겠다며 명함도 받아가셨다.
이건 정말 꿈이다. 믿을 수 없는 일이 발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