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은 여러모로 의미있는 한 해였다. 책바는 어느새 10년이 됐고, 10주년을 기념하여 책을 출간했으며, 연말에는 아이도 태어났다. 동시에 생존을 위해 여러모로 분투했던 한 해이기도 했다. 연말이 되어 돌이켜보니, 더 과감하고 더 거시적인 시야로 행동하지 않았던 것이 일말의 아쉬움으로 남는다. 2026년에는 새롭게 나아갈 수 있는 한 해가 되기를.
2025의 키워드
- 책바 10주년
10주년은 감사하고 의미가 있으면서도 부담이 가득한 일이었다. ‘조용히 지나가자’ 파와 ‘새로운 행사를 기획해보자’ 파가 끝까지 싸우다가 모두 장렬히 전사하고, ‘간소하게라도 진행하자’ 파가 자리를 차지했다. 10주년 당일 일주일 전에서야 방향성을 정했고, A1 사이즈 하드보드를 구해 기념 위크 동안 방문해주시는 분들께 롤링 페이퍼를 받고 액자로 마무리했다. 헤밍웨이가 바에서 남긴 글이 지금까지 회자되는 것처럼, 이 때 글을 남겨주셨던 분 중에서 훗날 위대한 성취를 이루는 분이 탄생한다면 참 재밌을 것 같다. 아, 10주년 소감은 그동안 수많은 감정이 오고갔지만 결국 남는 것은 행복했던 기억 뿐이라는 것. 앞으로도 많은 추억으로 가득하길.
- <소설 한 잔> 출간
10주년을 기념하여 가장 하고 싶었던 일은 책바를 상징할 수 있는 책을 출간하는 것이었다. 작년 말에 출판사를 공모한 뒤 몇 팀과 이야기를 나눈 끝에, 올해 초 계약을 진행했다. 출판사 영진닷컴은 여러모로 저자의 의견을 지지해주셔서 감사했다. 덕분에 오랜 소망이었던 하드커버와 녹색 표지로 10월에 책을 출간할 수 있었다. 진행하면서 아쉬웠던 점은 몇 가지 있었는데, 표지 디자인에 대한 조율을 미리 하지 못했던 것과 인용 관련하여 타 출판사와 미리 협의하지 못했던 것. 전자는 결국 아쉬움이 남는 표지 디자인으로 출간하게 되었고 (사실 책 표지 관련하여 만족한 적이 거의 없다), 후자는 출간 시기가 늦춰지는 원인이 됐다. 뿌듯했던 점은 촉박한 일정 속에서 조승원 기자님과 임병진 대표님께 추천사 관련하여 연락을 드렸는데, 감사하게도 모두 흔쾌히 승낙하시고 써주셨다는 것. 전문서로 만들어서 전반적인 판매량은 아쉽지만, 그래도 대표 온라인 서점들에서 술 분야 1위를 달성했다는 점은 뿌듯했다.
- 출산
연말에 아이가 태어났다. 아직 얼떨떨한 마음과 동시에, 오랜 기간 힘내준 아내에게 고마운 마음이 크다. 인생의 새로운 챕터 시작.
- 직주근접
걸어서 출퇴근 할 수 있는 거리에 산다는 것이 이렇게 행복한 일인 줄 몰랐다. 상수동에 살았을 때도 가까운 편이었지만, 도보 출퇴근은 차원이 다르다. 자연스럽게 일에 몰입할 수 있어서 행복 그 자체.
- 생존 분투기
눈에 잘 보이지 않는 3층에서 공간을 운영한다는 것은 10년차가 되었어도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봄에 특히 힘들었다. 고집을 꺾고 밖에서도 잘 보이는 간판을 만들었고, 책바시네마와 리딩클럽 등 고객들이 찾아올 수 있는 명분을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새로운 메뉴도 몇 가지 개발했는데, 수차례 실패한 끝에 독자적인 맛으로 만든 바스크 치즈케잌과 수비드 인퓨징 스피릿들이 기억에 남는다. 연말에 정산한 결과, 2024년 대비하여 매출이 상승할 수 있었고, 하반기부터는 거의 매 달마다 직원들에게 인센티브도 지급할 수 있었다.
2025의 OOO (가나다순)
2025의 책
-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아가사 크리스티)
수많은 오마주를 탄생시킨 밀실 살인의 시초. 더 늦기 전에 읽을 수 있어 좋았다. 클래식은 클래식!
- 긴긴밤 (루리)
어른도 읽어보면 좋을 동화. 수많은 슬픔 뒤에 피어난 희망이 짙은 여운으로 남는다.
- 속죄 (이언 매큐언)
완벽한 구조와 세밀한 감정 묘사에, 말미에 이르러서는 인생까지 돌이켜보게 만드는 소설. 소설을 먼저 읽고 영화까지 본다면, 완벽한 코스.
- 007 카지노 로얄 (이언 플레밍)
좋아하는 영화의 원작이 이렇게 재밌다니!
- 현대미술강의 (조주연)
책바리딩클럽 첫 번째 책. 현대미술을 체계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한 달 동안 공부하듯이 밑줄 치며 읽었던 기억이 참 좋았다.
2025의 영상
- 그을린 사랑 (영화)
현재에도 벌어지는 역사의 아픔을 고대의 비극을 통해 드러냈다. 덜 알려졌지만 반드시 봐야하는 드니 빌뇌브의 명작.
- 나는 솔로 28기 (예능)
도파민 넘치는 돌싱 특집. 나솔은 그동안 5-6시즌 정도 본 것 같은데 화제가 되길래 오랜만에 챙겨봤다. 인간의 심리는 참 단순하면서도 복잡하다.
- 모태솔로지만 연애는 하고 싶어 (예능)
입신양명이 큰 목적이 아닌 친구들이 출연했다는데, 안 볼 수가 있나.. 답답해서 사이다를 마시다가도 옛날 생각도 나서 눈물이 글썽. 우리는 모두 모태솔로일 때가 있었다.
-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 (영화)
3시간 가까운 상영 시간이 짧게 느껴지는 스토리와 연기. 연기 선수들 사이에서도 유독 빛났던 숀 펜.
- 타인의 삶 (영화)
예술과 사랑, 신념과 희생의 이야기. 여운이 남는 마지막 장면이 참 좋았다.
2025의 음식
- 길흥식당 (남원시)
찍먹파도 경건한 마음으로 입으로 넣게 만드는 부먹 탕수육
- 무구옥 (종로구)
건강한 엑기스를 먹는 듯한 걸쭉한 삼계백반
- 유유안 (종로구)
사실.. 기본 찬인 짜사이와 마카다미아를 먹기 위해서 다시 가고 싶은.
- 유진막국수 (용산구)
간과 식감이 완벽했던 냉채족발. 내가 냉채족발을 좋아했구나.
2025의 술
- Miami Weiss at The Rover
시드니에 도착한 첫 날, 서리 힐즈에서 그나마 늦게까지 열었던 바에서 마셨던 칵테일. 웬만한 칵테일은 어떻게 만드는지 대충 감이라도 오는데, 도저히 판단할 수 없었던 놀라운 칵테일. 들어간 재료는 Flor De Caña Gran Reserva Rum, pineapple, Giffard Coconut, pandan, citrus, coconut milk, whey + Husk Agricole Rum, strawberry, rhubarb, citrus 어우 많다.
- Dry Vermouth at Saint Peter
해산물로 모든 것을 만드는 레스토랑인데, 셰프가 술에도 관심이 있어 직접 버무스를 만든다. 그런데 너무 맛있잖아… 깔끔하면서도 섬세하게 느껴지는 허브의 풍미가 참 좋았다.
- Chateau du Meursault, Savigny Les Beaune Blanc at 부르고뉴 한남
오랜만에 와인을 마셨는데, 그것도 입맛에 맞는 와인이라니 그야말로 천국이었다. 적절한 오크 터치에 적당한 산도 그리고 꽃향과 과실향이 아름답게 버무러진 풍미가 좋았다.
- Tamdhu 2003 Single cask European oak Sherry Butt cask #5953 (59.2%, Handfilled)
탐투 증류소장 산티의 마스터 클래스에서 마셨던 싱글 캐스크 위스키. 한 모금으로 다채로운 풍미를 경험할 수 있었던 특별한 한 잔.
2025의 공간
- 서울식물원 (강서구)
서울에서 이렇게 다양한 식물을 한 곳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남녀노소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장소.
- 올라포케 합정 (마포구)
맛있고도 친절한 가게. F45 끝나면 갔으니 주 3은 갔던 것 같다. 훈제오리로 밥 7 : 샐러드 3 비율에 기본 소스 + 닭가슴살 추가로 먹으면 아주 건강한 맛!
- 파라마운트 하우스 호텔 (시드니)
영화 제작사이자 배급사인 파라마운트의 본사를 개조해서 만든 호텔. 카페와 필라테스, 와인바 그리고 영화관이 한 곳에 위치해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공간. 이 곳에 머문다면 영화를 꼭 봐야한다.
- 프린스 알프레드 파크 풀 (시드니)
호주인들의 일상에서의 수영을 관찰하고 체험할 수 있는 야외 풀. 만족스러웠던 수질과 야외 샤워실 그리고 탈의실이 인상적!
2025의 물건
- 비트라 로터리 트레이 Vitra Rotary Tray
테이블 위 잡다한 물건들을 모아 대충 놓아도 예쁜 기적의 트레이
- 레이밴 대디오 Rayban Daddy O
기대 이상으로 좋은 착용감에 날렵한 디자인 그리고 자전거를 탈 때 써도 유용한 원툴 선글라스
- Sunday (Ken Done, 1982, 51 x 41 cm)
시드니 Art Gallery of NSW에서 원화를 우연히 발견하고 반해버려서 홀리듯이 켄 돈 갤러리에 찾아가 구매했던 리미티드 판화. 과감한 원색과 생동감 넘치는 구성이 마음에 들었던 작품.
- 인스탁스 와이드 에보 Instax Wide Evo
후지필름과의 협업으로 사용하게 된 제품으로,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조합이 절묘한 카메라. 덕분에 책바 손님들에게 좋은 추억을 전달할 수 있었다.
- 호카 트랜스포트 GTX Hoka Transport GTX
고어텍스 소재에 비브람 깔창까지, 어느 날씨에도 전천후로 신을 수 있는 운동화. 믿고 신는 바이든 픽!
2025의 반성, 뿌듯함, 도전
- 올해의 반성
- 우물 안의 개구리로 살았던 것은 아니었을까
- 책을 조금 더 대중적인 방향성으로 기획하지 않았던 것
- 올해의 뿌듯함
- 꾸준한 운동
- MJ 행사 헬퍼
- 책바 생존분투기
- 호주에서의 겨울 수영 프로젝트
- 완벽한 직주근접 달성
- 올해의 도전
- 헤어스타일 변경
- 계약 후 미루지 않고 책 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