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가 실패하지 않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실패담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실패를 통과하는 일>은 아주 훌륭한 책이었다. 저자는 서울대 경영학과와 하버드 케네디스쿨 그리고 맥킨지 컨설턴트라는 커리어를 가졌지만 막상 사업을 하게되자 몸으로 부딪히며 실패를 복기하는 것이 일상인 삶이 됐다. 전쟁터에 쓰여진 일기처럼 생생하기에, 스타트업은 아니더라도 사업을 하는 입장에서 공감하며 읽었다. 영화 <마진콜>이 떠오르는 건조한 문체도 인상적.

# 인상 깊었던 부분

채용할 때는 인생을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을 선택해라

  1. 가치관 2) 능력 3) 기술 순서로 중요하다.

# 기억에 남기고 싶은 문장

1. 펀드레이징이 점점 늘어지는 한편, 회사엔 정말 돈이 없었음. 그래서 투자자에게 대여금 항목으로 1억 원을 빌림. 그 돈이 떨어진 후에는 부모님과 큰이모에게도 돈을 빌림(그전에 모은 돈은 대학원 학비와 생활비로 다 썼고, 창업 후에는 급여가 낮았기 때문에 내게 여윳돈이 없었음). 그래도 돈이 계속 부족해서 내 신용 카드로 신용대출 서비스를 받았음. 법인통장에 있는 현금이 언제 떨어질지 알 수 없었기에, 개인 신용카드를 하나 더 만들어서 페이스북 광고비 결제 수단으로 연결해둠. 사업은 계속 돌아가야 하므로. (p.85)

> 투자를 받아서 몸집을 키워가는 스타트업의 생태를 잘 알지 못한다. 그런 점에서 소령님처럼 현명한 분이 어떻게 해서 이런 상황까지 다다랐어야 했는지 놀라웠다. 이후에 밝혔던 것처럼 이익에 대한 개념이 부족해 발생한 일이었다. 스케일업에 신경쓰다보니 이익보다는 투자금에 의해 회사를 경영하기 시작했고, 어느새 살아있는 회사가 아니라 투자를 받아야만 돌아가는 회사가 되어버렸다. 투자의 양날의 검인 면모를 볼 수 있었던 부분.

2.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으므로 과거의 어떤 행동은 앞으로도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함께 일할 사람을 채용할 때 반드시 체크해야 할 것은 ‘전 직장을 퇴사할 때 어떻게 행동했는가’이다. 단 하나의 레퍼런스 체크 질문을 골라야 한다면 이것을 꼽겠다. 동업자 후보로 고려한다면 더 말할 것 없이 이 질문에 대한 깊은 대화가 필수다. (p.118)

> 재밌게 읽었던 부분. 나 역시 직원들을 채용하면서 많은 시행 착오를 겪었기에 다음 채용부터 챙겨봐야겠다.

3. 찰리 멍거는 젊은이들에게 커리어에 대한 세 가지 조언을 한다.

자신이 사지 않을 것은 팔지 않는다.

존경하지 않고 존중하지 않는 사람 밑에서 일하지 않는다.

같이 있으면 즐거운 사람들하고만 일한다.(p.119)

4. 7월 1일 19명이었던 팀이 8월 20일 무렵 11명으로 줄어 있었음. 레이오프는 한 명이었지만, 연쇄작용으로 7명이 자진 퇴사했기 때문임. 그 과정에서 리더들도 팀원들도 서로 크고 작은 상처를 입었음. 그해 여름 내내 나도 울고, 소희도 울고, 소리도 울고…  조그마한 조직 안에서도 제각기 입장과 생각이 달랐기에 다같이 스트레스 지수가 높은 시간이었음. (p.192)

> 읽으면서 가장 슬픈 대목이었다. 책바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상상조차도 하기 싫다. 

5. 넷플릭스의 최고인재책임자 Chiet Talent ofticer로 일했던 패티 맥코드가 쓴 책 《파워풀Powertul》에서는, 리더가 일대일 미팅에서 팀원의 문제점을 빠르게 이야기할수록 팀원이 문제를 개선할 가능성도 높아진다고 설명함. 고통스러울지언정 진실을 전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이유는, 본인 스스로 그 일을 잘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고, 그 자체가 고역인 경우가 많기 때문임. 차라리 리더가 일대일 미팅에서 먼저 꺼내면 팀원도 안도감을 느끼고 개선에 집중할 수 있기에, 직진하라고 조언함. (p.198)

6. 인력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보면,”뭐, 이 사람이 나빠봤자 얼마나 나쁘겠어?”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 마음도 이해한다. 나 역시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사람을 잘못 들여 그들이 일으킨 피해를 팀이 오롯이 견뎌야 했고, 3주 후에야 다시 원점으로 되돌릴 수 있었다. 그 과정이 너무나 힘들었는데, 그럴 바에는 적합한 인재를 찾을 때까지 일주일에 몇 시간 더 근무하는 편이 훨씬 낫다. – 놀라운 환대 by 윌 구이다라 – (p.216)

7. 2024년 《이나모리 가즈오의 회계경영》이라는 책을 선물받았다. 앞부분의 몇 문장만 읽었는데도 머리가 멍해졌다.

60년간 수많은 기업을 이끌며 내가 단 한 번도 적자를 기록한 적이 없는 비결은 ‘매출은 최대로, 경비는 최소로’라는 아주 단순한 원칙을 목숨처럼 지켰기 때문이다.

(…)

함부로 사람 늘리지 마라. 원자재는 딱 필요한 만큼만 사라.

(…)

이익이 없다면 당신의 사업은 사업이 아니다. 이익이 없으면 그것은 회사가 아니다. (p.242)

> 아주 당연한 이야기…

8. 이제나저제나 답을 기다리던 중 《허브 코헨의 협상의 기술 You Can Negotiate Anything》의 내용이 뒤늦게 떠올랐음. 허브 코헨은 세계적 기업들을 위한 인수합병 전략뿐 아니라 미국 정부, CIA, FBI를 위해 인질 협상 프로그램을 개발한 협상 전문가임. 이 책에서 그는 협상에서 승리하는 열쇠는 항상 상대방이 시간, 돈, 에너지를 먼저 투자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함. 어떤 형태로든 투자한 게 있어야 자신이 쏟아부은 노력을 돌려받고자 하는 심리가 발동한다는 이유 때문이었음.

시간 투자가 없으면 성공도 없다. 그래서 항상 상대방이 이 상황에 투자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

타협 의지와 투자 규모는 직접적으로 비례한다. 왜 미국은 베트남 전쟁에서 철수하기가 그렇게 힘들었을까? 베트남에서 철수하려고 하기 전에 이미 그 전쟁에 자국민 4만 5천 명의 생명을 희생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많은 인력을 투자하고 나서 그냥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손 털고 나올 수는 없는 노릇이다.

(…)

이 인간 본성의 원리를 이해해야 한다. 그 원리가 당신에게 불리하지 않도록 유리한 쪽으로 이끌어라. (p.265)

9. 찰리 멍거는 《가난한 찰리의 연감》에서 ‘페르시아 전령 증후군’이라는 개념을 소개한다.

고대 페르시아인은 전투 패배 같은 나쁜 소식을 갖고 왔다는 이유만으로 전령을 죽였습니다. 전령 입장에서는 임무를 수행하기보다 달아나서 숨는 편이 더 안전했죠. 현명한 상사라면 전자의 경우를 원했을 겁니다. (…) 이런 페르시아 전령 증후군과 그 악영향을 막는 적절한 해결책은 의지력을 발휘해 나쁜 소식을 환영하는 습관을 들이는 겁니다. 버크셔에서는 흔히 이렇게 주문합니다. “나쁜 소식은 항상 즉시 말해주세요. 좋은 소식은 뒤로 미뤄도 좋고요.” (p.316)

10. 내 몸에 맞는 옷을 고르다 보면 주위의 반대에 부딪힐지도 모른다. 내가 너무 나간 건가, 라는 의구심이 들 수도 있다. 그럴 때는 샘 월턴의 말을 떠올려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는 자서전의 마지막에, 다음 세대를 위해 자신이 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조언으로 이것을 꼽았다.

시류를 거슬러 움직여라. 남들과 다른 방향으로 가는 것을 두려워하면 안 된다. 기존의 방식이나 틀에 얽매이지 말고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한다. 사람들이 모두 같은 방향으로 움직일 때 반대 방향으로 눈을 돌리면 틈새시장을 발견할 확률이 높다. 단, 많은 사람이 당신을 만류하며 그쪽으로 가면 안 된다고 할 것이므로, 그런 반대를 이겨낼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 나는 인구 5만 명 이하의 소도시에서는 할인 매장을 그렇게 오랫동안 운영할 수 없을 거라는 말을 평생 가장 많이 들은 것 같다. (p.330)

> 다시 한 번 용기를 얻은 단락. 책바를 운영하며 가장 많이 들은 문장은 “책과 술이 어울리나요?” 라는 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