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부터 궁금했던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자서전을 읽었다. 약 400페이지라 오래 걸릴 줄 알았는데, 중간에 사진 자료들도 풍부하고 내용이 워낙 재밌어서 술술 읽을 수 있었다.
기억에 남기고 싶은 점 몇 가지를 정리 하자면,
– 그는 외할머니 손에서 자랐는데, 할머니의 교육 방침에 따라 독립적인 성향으로 컸다. 고등학생 때 권투를 잠시 할 때도, 그리고 그만두고 건축을 선택할 때도 오로지 선택은 그의 몫이었다.
– 20대 초반에 떠났던 세계 여행이 큰 자양분이 되었다. 독학으로 공부하여 세계적인 건축가가 되었던 르 코르뷔지에를 롤모델로 삼고, 그의 건축을 실제로 경험했으며 심지어 만나기 위해 파리로 찾아가기도 했다. (안타깝게도 그가 도착하기 2주 전에 르 코르뷔지에는 세상을 떠났다)
– 오사카에 있는 그의 사무실은 5층 전체가 위아래로 뚫려있으며, 그는 1층 중앙의 자리에 앉아 모든 것을 컨트롤 한다. 구성원들이 주체적으로 각자의 역할을 해나가는 게릴라가 되기를 원했다.
– 지금의 그를 만든 것은 적극성이다. 일이 주어지지 않았을 때 스스로 공간에 대한 여러 계획을 세웠고,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자신의 이상을 설파하고 다녔다. 그리고 고집센 건축주를 설득 시키며(!) 자신의 주장을 담아 건물을 만들었다.
– 특히 흥미로웠던 부분은 몇몇 국가들의 특징을 비교했던 점이다. 그는 일본 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와 일을 했기 때문에 각 나라의 특성을 그대로 체감할 수 있었다. 가령, 이탈리아는 작업을 진행할 때 오래된 역사가 담긴 도시답게 개발에 관한 법 절차를 밟는데 엄청나게 오랜 시간이 걸린다. ‘FABRICA’의 경우 아이디어를 내고 완공이 걸리기까지 무려 10년이 소요됐다. 반면, 중국은 개발도상국답게 개발 속도가 빠르고 스케일도 크다. 한편, 미국에서 작업할 때 그의 발목을 잡았던 것은 높은 빈도의 미팅 횟수였다. 포트워스 현대미술관을 만들 때는 약 6년 동안 오사카와 포트워스를 30여차례나 왕복했다. 마지막으로 중동은 까다로운 일본과 달리 규제는 가이드라인에 가까운 편이다. 규제하는 측이 납득만 할 수 있다면 일본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예외 조치도 비교적 쉽게 내준다고 한다.
이 책을 통해 배운 점은 일에 대한 마음가짐이다. 그는 항상 업의 본질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타협할 수 없는 부분에서는 끝까지 자신의 주장을 밀어붙이는 강단이 있었다. 더불어 적극성까지 갖췄으니, 성공할 수 밖에 없는 건축가가 된 셈이다. 하지만 결국 큰 맥락에서는 모든 일이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글을 쓰든 칵테일을 만들든 또 무엇을 하든간에 이런 태도를 마음 속에 새겨야겠다.
#기억에 남기고 싶은 문장
p.30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직업인’ 이라는 자각과 개인 능력이다. 정확한 상황 판단과 신속한 실행, 그리고 예측하지 못한 사태에도 냉정하게 대처할 수 있는 유연한 사고가 없으면 팀의 결속력은 눈 깜짝할 사이에 느슨해지고 신뢰 관계가 깨져서 업무가 망가지고 만다. 업무에 임하는 한 사람 한 사람이 그야말로 자립한 ‘게릴라’가 되지 못하면 버텨 나갈 수 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
p.87
문제는 이 장소에서 생활하는 데 정말로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주거란 무엇인가 하는 사상의 문제였다. 이에 대하여 나는 자연의 일부로 존재하는 생활이야말로 주거의 본질이라는 답을 내놓았다. 제한된 대지이기 때문에 냉혹함과 따뜻함을 두루 가진 자연의 변화를 최대한 획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최우선시하고 무난한 편리함을 희생시켰다.
p.95 스미요시 나가야
안이한 편리함으로 기울지 않는 집, 그곳이 아니면 불가능한 생활을 요구하는 가정집. 그것을 실현하기 위하여 간결한 소재와 단순한 기하학으로 구성하고 생활 공간에 자연을 대담하게 도입했다. 이 주택은 나에게 오늘날까지도 여전히 건축의 원점으로 자리 잡고 있다.
p.122
도시가 얼마나 흥미로운 주제인지를 온몸으로 확인한 것은 1965년부터 몇 차례 떠났던 세계 방랑 여행에서이다. 각 도시마다 나름의 매력이 있고, 장소마다 고유한 발견과 감동이 있었다. 그리고 일본의 도시와 비교했을 때 세계의 대표적 도시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그것은 도시에 흐르는 ‘풍성한 시간’이다.
예를 들면 파리나 빈의 중심가에서는 1세기 이상 묵은 건물이 당연하다는 듯이 사용되고 있고, 그 안에서 현대 아티스트의 전위적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혼연일체로 겹쳐지는 그 정경에 매우 신선한 감동을 느꼈다.
p.264
사무소를 열고 처음 1년 동안은 몇몇 건축 공모에 응모하고 남는 시간에는 아무도 의뢰하지 않은 나 스스로 생각해낸 프로젝트를 설계했다. 예를 들면 거리를 걷다가 공터를 발견하면 ‘나라면 이곳에 이런 건물을 짓겠다’라든지, ‘여기가 이렇게 개발하면 재미난 풍경이 나타날 것이다’라는 식으로 내키는 대로 자유롭게 스케치했다. 땅주인이 의뢰하지 않았는데 내 멋대로 남의 땅을 놓고 생각하는 것이므로 그런 구상을 땅주인에게 제시해 봐야 귀찮아하는 게 보통이었지만, 종종 내 의견을 재미있게 들어 주는 사람이 있었다.
p.267
한걸음 한걸음 발 디딜 곳을 모색하며 꿈을 쫓아온 만큼 내가 지금도 중시하는 것은 ‘이런 건축을 만들고 싶다’라고 생각할 수 있는 자유를 잃지 않는 것이다.
주어진 조건 안에서만 생각하면 아무래도 발상이 갇히고 만다. 반면에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스스로 궁리해서 아이디어를 만들어 두면 비상시에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으므로 기회를 잡기가 쉬워진다. 혹은 그런 아이디어를 사회에 능숙하게 제안할 수만 있다면 건축주나 일감이 스스로 알아서 나를 찾아올지도 모른다.
p.281
YOUTH (by Samuel Ulman)
Youth is not a time of life; it is a state of mind; it is not a matter of rosy cheeks, red lips and supple knees; it is a matter of the will, a quality of the imagination, a vigor of the emotions; it is the freshness of the deep springs of life.
Youth means a temperamental predominance of courage over timidity of the appetite, for adventure over the love of ease. This often exists in a man of sixty more than a body of twenty. Nobody grows old merely by a number of years. We grow old by deserting our ideals.
Years may wrinkle the skin, but to give up enthusiasm wrinkles the soul. Worry, fear, self-distrust bows the heart and turns the spirit back to dust.
Whether sixty or sixteen, there is in every human being’s heart the lure of wonder, the unfailing child-like appetite of what’s next, and the joy of the game of living. In the center of your heart and my heart there is a wireless station; so long as it receives messages of beauty, hope, cheer, courage and power from men and from the Infinite, so long are you young.
When the aerials are down, and your spirit is covered with snows of cynicism and the ice of pessimism, then you are grown old, even at twenty, but as long as your aerials are up, to catch the waves of optimism, there is hope you may die young at eigh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