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더하기 일은 이’인 것처럼, 인생도 논리적인 공식으로만 이루어진 줄 알았다.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하면 그 사람도 그만큼 나를 사랑해줄 것으로 기대했고, 일터에서는 노력하고 성과를 낸 만큼 정당하게 보상받을 줄 알았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사랑과 사람 모두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흐르는 것이 일상이었고, 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코 일에 대한 능력이 아니었다. 그야말로 삶은 수학공식 마냥 ‘일 더하기 일은 이’가 아니었다. 때로는 ‘영’이기도 했고, 때로는 ‘백’이기도 했다. 그야말로 모순투성이였다. 어느새부터 삶의 무게가 그나마 가벼워졌던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모순으로 가득찼다는 것을 인정한 이후였다.

양귀자 작가는 모순으로 가득찬 삶을 독자들에게 보여준다. 일단 주인공 이름부터. ‘참 진’이 두 번 더해진 이름인데, 하필이면 성이 안씨다. 일란성 쌍둥이인 엄마와 이모는 결혼과 동시에 행복과 불행이라는 극단적인 삶을 살지만, 마지막까지 그대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안진진이 결혼 상대로 생각하는 남자는 두 명인데, 모든 것을 계획된대로 실천하는 나영규와 그 반대에 위치한 김장우다. 안진진은 동시에 두 남자를 만나며 인간다운 냄새를 전혀 풍기지 않는 나영규를 점점 멀리하려 한다. 그런데 궁극적으로 선택한 남자는 아이러니하게도 그였다.

쉽게 여운이 사라지지 않는 소설이었다. 예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마무리가 되었지만 사실 그게 인생이었다. 서른 살 이상 차이나는 인생 선배로부터 배운 소중한 깨달음. 책 말미에 있는 한 문장이 우리 삶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 같다.

뜨거운 줄 알면서도 뜨거운 불 앞으로 다가가는 이 모순, 이 모순 때문에 내 삶은 발전할 것이다. (p.273)

#기억에 남기고 싶은 문장

나는 나인 것이다. 모든 인간이 똑같이 살 필요도 없지만, 그렇다고 똑같이 살지 않기 위해 억지로 발버둥 칠 필요도 없는 것이다. 이제 나는 더 이상 나를 학대하지 않기로 했다. 나는 특별하고 한적한 오솔길을 찾는 대신 많은 인생 선배들이 걸어간 길을 택하기로 했다. 삶의 비밀은 그 보편적인 길에 더 많이 묻혀 있을 것이라 확신하고 있으므로. (p.198-199)

한 번 더 강조하는 말이지만 이모부는 심심한 사람일지는 몰라도 절대 나쁜 사람이 아니었다. 돌출을 못 견뎌하고 파격을 혐오한다고 해서 비난받아야 한다는 근거가 어디 있는가. 어쩌면 나는 이모의 넘쳐 나는 낭만에의 동경을 은근히 비난하는 쪽을 더 쉽게 선택하는 부류의 인간일지도 모르겠다. 이모부 같은 사람을 비난하는 것보다는 이모의 낭만성을 나무라는 것이 내게는 훨씬 쉽다. 그러나 내 어머니보다 이모를 더 사랑하는 이유도 바로 그 낭만성에 있음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사랑을 시작했고,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미워하게 된다는, 인간이란 존재의 한없는 모순… (p.213)

모든 사람들에게 행복하게 보여졌던 이모의 삶이 스스로에겐 한없는 불행이었다면, 마찬가지로 모든 사람들에게 불행하게 비쳤던 어머니의 삶이 이모에게는 행복이었다면, 남은 것은 어떤 종류의 불행과 행복을 택할 것인지 그것을 결정하는 문제뿐이었다. (p.2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