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요즘 부쩍 창작의 모티브에 관심이 생겼다. 이야기의 시작은 과연 어디에서 왔을까? 라는 것이 의문이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간단했다. 이야기의 시작은 역시 이야기였다. 최근 인상적인 단편 소설을 두 편 읽었는데 편혜영의 <저녁의 구애>는 프리스 쉬베리의 동명의 그림(Lovemaking in the evening)에서, 이번에 읽은 김연수의 <달로 간 코미디언>은 비운의 복서 김득구의 죽음에서 시작되었다. 결국 창작자들은 어떤 하나의 개체(혹은 사건)를 호기심을 지닌 시선으로 관찰한 끝에 탄생시킨 것이었다.

2.

<달로 간 코미디언>은 김연수 작가의 역량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소설이다. 인간 사회의 보편성을 촘촘한 구성과 상세한 고증으로 표현해냈다. 쉴 새 없이 읽다가 중간에 멍하니 멈추게 만드는 문장이며, 또 사랑 이야기는 얼마나 따뜻한지. 그래서 그의 글을 읽을 때마다 한없이 겸허해진다. 이 글은 황순원 문학상(2007년)의 수상작이기도 했는데, 심사위원의 평이 너무 진솔하고 압도적이기도 해서 웃음이 나왔다.

‘상복 많은 김연수를 피해가기 위한 이러저러한 다른 논의들에도 불구하고 <달로 간 코미디언>은 이러한 마지막 태클까지도 뛰어넘어 질주해갔다.’

‘2심 후보 27편이 결정된 건 6월 말의 일이다. 7월 말 열 편의 최종심 후보 작품이 추려졌고, 2심 위원이 전원 추천한 작품은 김연수의 <달로 간 코미디언> 한 편 뿐이었다.’

그가 말하기를 이 소설의 주제는 ‘소통의 문제’ 다. 그리고 한 문장을 통해 메시지가 전달된다.

‘어쩌면 <우리 인생의 이야기>란 목소리와 목소리 사이, 기침이나 한숨 소리, 혹은 침 삼키는 소리 같은 데 담겨 있는 것인지도 몰랐다. (p.20)’

다큐멘터리를 보면 대부분의 인터뷰가 정제된 형태로 등장한다. 너무나도 매끄러울 정도로. 하지만, 실제 인터뷰는 인터뷰이들의 횡설수설 뿐만 아니라 약간의 침묵, 시선 회피, 중언부언 등이 더해서 이뤄진 것이다. 사실, 가장 진솔한 모습은 여기서 드러나는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