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직업 세계를 엿볼 수 있는 건 역시 흥미롭다. 누군가의 직업을 위트있게 전달하는 <워크맨>이 인기 있는 것도 마찬가지. <잡스(JOBS) 에디터 편>과 이 책을 읽으며 조금 놀랐던 점은 두 권 모두 에디터에게 필요한 능력을 ‘호기심과 안목’으로 이야기했다는 것이다. 심지어 순서도 같았다. 첫 번째가 호기심, 두 번째가 안목. 마치 정답이 없는 문제인데 정답을 엿보는 느낌이었다.
찬용님과는 책바에 방문하실 때마다 대화를 조금이라도 나누는 편이다. (이럴 때마다 책바는 왜 조용한 공간이어야 하는가 하는 아쉬움이 있음) 그가 앞으로 쓰고 싶은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면 늘 자극이 많이 된다. 내가 만들어낼 수 있는 글주머니는 또 무엇이 있을까 하고. 아무튼 콩비지찌개를 옆에 두고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재밌는 책이다. 더불어 <보그> 홍국화 에디터의 인터뷰가 좋았다. 모든 질문마다 엄청난 숙고의 시간을 거친 후 대답한 것처럼 또렷했다.
#기억에 남기고 싶은 문장 (두 문장 모두 홍국화 에디터의 대답)
에디터는 그 한계를 자기가 만들어야 하는 직업이에요. ‘A to Z’라는 게 없어요. 0에서 100이 없어요. 0에서 10000까지 하는 사람도 있고, 준비를 0에서 50까지 하는 사람도 있어요. 촬영 스케일을 100까지 준비할 수도, 10을 준비할 수도 있거든요. 그건 자기 성격 따라 달라지고요. 그래서 반은 예술가이고 반은 직장인이에요. (p.236)
제가 금세 다른 일을 시작한다면 누군가는 ‘아, 에디터들은 적당히 한 10년 하고 독립하는 건가봐’라고 생각할지도 몰라요. 그래서 쉽게 이 길을 그만두고 싶지 않아요. (p.2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