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무제

작성자
J
작성일
2018-01-21 02:00
조회
770
#1
오늘은 새해 들어 가장 정신 없었던 하루였다. 토요일이라 기본적으로 손님이 많을 뿐더러, 이 년 반만에 처음으로 제빙기에서 물이 새는 바람에 틈틈이 바닥 청소까지 하느라 몸이 열 개여도 모자랄 지경이었다. 이번 주 내내 한가하다가 꼭 바쁜 날 사고를 터뜨린 제빙기야, 너 참 멋지구나. 그래도 실수하지 않고 위기를 넘겨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만) 스스로 대견해했음. 예전에는 정신 없을 때마다 꼭 잔을 깨거나 손을 베곤 했으니 자화자찬 해도 된다. 아무래도 같은 일을 오래하며 점점 늘어나는 것은 문제해결능력과 침착성인듯.

#2
만난지 얼마 안 된 커플 손님보다 오래된 커플에 더 눈길이 간다. 전자가 (파릇파릇함과 더불어) 대체로 어디로 튈지 모르는 긴장감이 가득한 느낌이라면, 후자는 그야말로 안정적이다. 각자의 선을 알고 있을 뿐 아니라, 세월이 깃든 만큼 서로가 서로를 닮아가고 한 방향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이 굳이 티를 내지 않더라도 보인다. 그리고 오래된 커플보다 더 보기 좋은 관계는 신혼 부부. 신혼의 설렘과 안정감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모습이다. 결혼이란 제도에 압박을 받고 싶진 않지만,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마음을 고쳐먹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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