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아프지 말자

작성자
J
작성일
2017-05-12 01:25
조회
794
홀로 책바를 운영한지 어느새 1년 8개월을 향하고 있다. 혼자서 운영하면 몇 가지 장점이 있다. 오로지 일에만 집중할 수 있고, 인건비도 아낄 수 있다. 몸은 조금 힘들지만, 마음이 편하다. 그런데, 때로는 누군가가 절실히 필요할 때가 있다. 오늘이 그랬다.

보통 오픈 하기 직전인 여섯시에 저녁을 먹는다. 대부분 위와 장에 부담을 주지않는 음식으로 먹고 있다. 혹시라도 기름지거나 자극이 센 음식을 잘못 먹게되면, 일하면서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면 일에 집중을 하지 못하게 되고, 자연스레 손님의 불편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몇번 겪은 이후로 무조건 몸을 사리며, 비빔밥을 더욱 사랑하게 되었다) 그런데 오늘은 오랜만에 많이 그리고 급하게 먹었더니, 제대로 체해버렸다.

너무 짜증나기도 하고, 난감하기도 했다. 1년 8개월이나 운영했으면 내 몸 정도는 알아서 잘 컨트롤해야 했는데, 실패하다니. 약국에서 활명수를 사 먹었는데도 소용이 없었다. 그런데 손님들이 하나둘씩 들어온다. 아픈 배를 부여잡고 술을 (그래도 최선을 다해 열심히) 만들고 응대를 하고 설거지를 했다. 그런데 체한다는 것이 참 악랄한게, 똑같은 강도로 아픈 것이 아니라 때로는 좀 나아졌다가 때로는 갑자기 세게 아프기도 한다. 아까는 너무 아파서 손님들께 양해를 구하고 조기 퇴근을 하고 싶을 정도였다. 그런데 손님들이 책바에서 행복하게 머무는 모습을 보니, 차마 말을 못하겠더라. 그래서 틈을 본 뒤 잠시 근처 문방구에 달려가서 반짓고리를 샀다. 그리고 바늘로 양손을 땄다. 검붉은 피가 나오는 것을 보니, 제대로 땄나보다. 동시에 체한 기분이 좀 나아졌다. 그렇게 10시에 조기 퇴근하고 싶었던 생각이 12시로 바뀌더니, 어느새 원래 닫는 시각인 1시 30분이 되었다. 그리고 (뭐가 또 자랑스럽다고) 이렇게 마감 시각에 글을 남긴다.

오늘 내가 이 글을 쓴 이유는 앞으로 저녁을 먹을 때마다 오늘을 잊지 않기 위해서다. 오늘은 몸과 마음이 너무 힘들었다. 조기 퇴근을 생각한 적은 이전에 없었으니깐. 아프지 말자. 정말 건강이 최고다. 아플 때만 비로소 느끼게 되는 건강의 소중함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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