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주토피아 그리고 라라랜드

작성자
J
작성일
2016-12-12 01:04
조회
1052
연말이 다가오면 누구든 마음 속으로 한해를 정리하기 마련이다. 나는 보통 연초에 정했던 목표를 반성하고 올해의 키워드를 선정하면서 한해를 마무리하곤 한다. 그런데 올해의 키워드라는 것이 별 것 아니다. 일단 떠오르는 대로 나열하고, 그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들을 다섯 가지 정도로 추린다. 예를 들면, 작년의 키워드 중에는 책바와 퇴사가 있었다. 그 이전에는 어찌나 사랑이 고팠는지 외로움도 있었고, 얼마나 잘하고 싶었으면 (사실 요즘도 잘하고 싶은) 영어도 있었다. 올해의 키워드 다음에는 올해의 문화생활을 정리하는데, 그 중 올해의 영화가 있다. 불과 오늘 전까지 2016 올해의 영화는 <주토피아>였다. 그런데 오늘부로 <라라랜드>로 바뀌었다. 물론 순위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두 영화 모두 가슴 깊이 간직하고픈 소중한 영화이니깐.

<주토피아>와 <라라랜드>는 사뭇 다르게 느껴지는 영화다. 먼저 <주토피아>는 디즈니에서 만든 애니메이션이고, <라라랜드>는 음악 영화다. 그리고 두 영화의 말미에서 느껴지는 감정의 결도 분명 다르다. 그런데 분명한 공통점이 있다면, 두 영화의 주인공 모두 자신의 꿈을 향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나아간다는 것이다.

<주토피아>의 주인공은 토끼인 주디이다. 주디의 꿈은 어릴 적부터 경찰관이었다. 각종 동물들이 공존하는 주토피아의 세상 속에서 그녀는 최초의 토끼 경찰관이 되고자 한다. 그런데 당근 농장을 운영하는 부모님과 거친 동물들이 모여있는 경찰 생태계에서 토끼 경찰이라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즉, 그녀의 꿈은 부모님과 사회의 시선 속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라라랜드>의 주인공은 세바스찬과 미아다. 세바스찬은 자신이 좋아하는 재즈를 마음껏 연주할 수 있는 재즈클럽을 오픈하고 미아는 배우가 되는 것이 꿈이다. 그런데 세바스찬은 돈이 넉넉치 않을 뿐더러, 그가 추구하는 재즈는 대중으로부터 외면받는 음악 장르가 된 상태다. 그리고 미아는 여러 악조건으로 인해 오디션에서 번번히 낙방한다. 하지만, 주디와 세바스찬 그리고 미아는 녹녹치 않은 외부환경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않는다.

이 두 영화가 유독 특별한 이유는 그들의 모습에서 나를 느꼈기 때문이다. 그들만큼 나도 지금의 일을 하기까지 그 과정이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가족이 실망하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봐야했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멀어졌으며 주위 시선으로부터도 자유롭지 못했다. 그래서 <주토피아>를 볼 때는 내내 마음이 뭉클하더니, <라라랜드>에서는 그 감정이 복받쳐올라 이내 무방비 상태에 이르렀다. 꿈을 이루었으나 사랑을 이루지 못한 그들의 모습을 보았을 때 하염없이 눈물이 나왔다. 나는 눈물이 많은 편이 아니다. 특히 영화를 보면서 눈물을 흘린 적은 흔치 않다. <라라랜드>는 보는 내내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더니, 막바지에는 눈을 그야말로 수도꼭지로 만들어버렸다. 맨정신에는 마음껏 울고 싶어도 울지 못하는 세상에 살고 있는데, 마법 같은 영화 덕분에 기억에 남을 추억 하나 남기게 되었다.

꿈을 향해 다가가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포기해야 할 것이 너무나도 많다. 상처를 받는 것은 이루 말할 수도 없다. 그렇지만서도 우리는 꿈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우리에게는 누구나 자신의 인생에서 이뤄야만 하는 운명과도 같은 꿈이 있으니깐. 나 역시 그 꿈을 향해 여전히 다가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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