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이게 다 아스날 때문이다

작성자
J
작성일
2016-04-26 11:30
조회
995
이게 다 아스날 때문이다.

5월 2일부터 5월 11일까지 뉴욕 여행을 간다. 자그마치 3년동안 기다렸던 여행이다. 2014년은 회사 휴가가 짧아서 샌프란시스코를 갔었고, 작년은 갑작스레 퇴사를 하는 바람에 스코틀랜드를 갔었다.

그런데 난 왜 하필 5월 초에 떠나는가?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 번째로, 따뜻한 봄날 떠나는 여행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난 봄날의 날씨를 너무 좋아하니깐. 두 번째로, 아스날의 프리미어리그 우승에 대한 일말의 희망 때문이었다. 예약을 했을 당시는 약 3개월 전이었고, 그 때만 하더라도 아스날의 우승 가능성은 꽤나 오랜만에 '있었다'. 최근 우승을 해왔던 첼시와 맨유가 정말 고맙게도 죽을 쑤고 있었다. 내가 죽을 때까지 리그 우승을 못할 가능성도 있기에, 왠지 모르게 본능적으로 간절함이 배어나왔다. 그래서 결심을 했다.

'이번 시즌 우승을 할 수도 있으니, 날짜를 맞춰보자'

올 시즌의 마지막 경기가 5월 15일이니, 그 전에 뉴욕을 갔다가 우승을 하면 과감히 런던으로 건너가자! 는 그야말로 '김칫국 마시기'의 절정이었다. 그래서 근로자의 날과 어린이날이 공존하는 황금연휴 시즌에 과감히 뉴욕행 비행기를 끊었다. 다시 말하지만, 그 때 당시는 솔직히 우승을 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있었다.

사실 바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황금 연휴 때 문을 닫는다는 것은 소위 '미친 짓'이다. 다음 날이 휴일 일 때와 아닐 때의 매출이 두 배 가까이 차이가 나기도 하니깐. 그야말로 나는 용단을 내린 것이었다.

오늘 아침 일어나서 네이버 실시간 검색순위를 보았다. 목요일 어린이날과 토요일 사이의 금요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할 수도 있단다. 그러면 다음날이 휴일인 날이, 수목금토 4일이 되어버린다. 최근들어 손님들이 종종 질문을 한다. "연휴 때 놀러가도 괜찮아요?" 나는 애써 쿨내를 보이며 답한다. "네~ 가장 좋을 때 떠나야 더 좋을 것 같아서요. 그리고 긴 관점으로 생각 하려구요."

그런데 사실 신경이 안 쓰일 수가 없다. 여행 계획을 세울 때는 좋긴 하지만,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요즘 무엇보다도 '황금 연휴' 때 가게를 닫고 떠나는 것이 정말 맞는 것인지를. 그런데 만약, 아스날이 우승할 수만 있었다면 이 모든 걱정은 1g도 떠오르지 않았을 것이다. 난 호구니깐.

많은 사람들이 아스날의 축구를 '과학'이라 부른다. 시즌 초반에 잘하든 못하든, 마지막 즈음엔 거짓말처럼 4위에 봉착한다. 이번에도 과학을 거스르지 못했다. 결국 요즘 내 마음이 불편한 것은 다 아스날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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