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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글리] 기획 < Serendipity : 책의 발견성> 2018.12

작성자
J
작성일
2020-01-31 12:29
조회
533
빈센트의, 빈센트에 의한, 빈센트를 위한 [빈센트, 빈센트, 빈센트 반 고흐] by 어빙 스톤


작년에 봤던 영화 중 가장 흥미로웠던 영화는 <러빙 빈센트>였다. 빈센트 반 고흐 사후의 이야기를 다룬 이 영화는 유화 애니메이션이라는 독특한 표현방법으로 국내에서도 꽤나 큰 사랑을 받았다. 영화의 영향으로 책바에서도 몇몇 손님들이 반 고흐 관련 책을 문의하기 시작했는데, 그때마다 내가 권한 책은 어빙 스톤의 『빈센트, 빈센트, 빈센트 반 고흐(원제:Lust for life)』이다. (빈센트를 무려 세 번이나 발음해야 하기 때문에 다 읽고 나면 숨을 헉헉거리게 되는 제목이다) 이 책은 고증에 철저히 입각한 전기 소설로, 어빙은 빈센트와 동생 테오가 주고받은 편지 그리고 빈센트의 곁에 있었던 인물들과의 실제 만남을 통해 그의 삶을 입체적으로 파악했다. 출간 연도가 무려 1934년이니 아마도 그에 관한 최초의 책이 아니었을까. 무려 590페이지에 달하는 이 책은 화가가 되기 전의 삶도 낱낱이 조명했다. 특히 전도사 시절의 경험과 고뇌는 훗날 그가 그린 그림을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읽어봐야 한다. 하지만 번번이 책을 권했음에도 판매로 많이 이어지진 못했다. 첫 번째는 투박한 디자인의 표지가 한 몫 했고, 두 번째는 만만치 않은 두께였다. 혹시라도 두 가지 이유로 구매를 망설이는 당신을 위해 그의 삶을 함축적으로 표현하는 문장 하나를 소개하겠다. '자네가 살아가는 동안 스스로를 실패자라고 생각할 때가 여러 번 있겠지만, 최후에 가선 스스로 생각한 바를 완전하게 표현할 수 있을 것이고, 그리고 바로 그 표현에 의해서 자네의 인생이 정당하게 평가될 거야.' (p.51)


혹시 장트라볼타 이신가요? [매력적인 장 여행] by 기울리아 엔더스


나이를 먹을수록 몸이 군데군데 약해지는 것을 느낀다. 하루가 지날 때마다 깜짝 놀라는 일들이 왕왕 발생한다. 그 중에서도 장은 평상시에도 약한 편이라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한다는 다짐으로) 제대로 공부해보고 싶어 읽었다. 장의 세계는 기대 이상으로 놀라웠다. 단순히 응아를 만드는 곳이 아니라, 뇌 다음으로 신경체계가 발달한 기관이고 세로토닌을 비롯한 20여 종의 호르몬을 생산하며 면역세포의 80퍼센트를 관할한다. 뇌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가령 우울증과 불안감에 시달릴 경우 예민한 장을 마취시키는 멀미약이 도움되기도 한다. 그동안 다소 경시됐던 장의 중요성과 장을 연구하는 세계의 노력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는 책이다. 이 놀라운 책의 저자는 무려 나보다 어린 90년생 여성 의학자다. 심지어 한국에서 2014년에 출간됐으니, 최소 25살 이전에 책을 쓴 셈이다. 그래서 이 책은 재밌을 수밖에 없다. 의학도서라 그저 어렵고 딱딱할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위트가 넘치는 비유가 가득해 무리 없이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도입부부터 응아 이야기가 나오니 어찌 몰입을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불내증, 과민증, 변비, 설사 등 장트라볼타인 분들에게 추천한다. 행동의 변화가 생길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나 역시 책을 읽은 뒤 작은 변화들이 몇 가지 생길 것 같다. 일단은 약국에서 가서 프로바이오틱스부터 사는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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