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TRIBUTION

기고글 모음

[채널예스] 원기를 북돋아주는 책 한 잔 2016.08

작성자
J
작성일
2020-01-31 11:38
조회
260
'소설의 도입부, 최고의 첫 문장 Best 10'


약 1년 전, 인터넷에서 널리 회자된 어느 포스팅의 제목 입니다. 주위의 많은 사람들이 이 포스팅에 대해 공감을 했고 또 자신이 생각하는 최고의 첫 문장을 공유했습니다. 저는 여러 문장들을 음미하다가, 그 중 유독 시선을 끄는 문장을 발견했습니다.


Lolita, light of my life, fire of my loins. My sin, my soul. Lo-lee-ta: the tip of the tongue taking a trip of three steps down the palate to tap, at three, on the teeth. Lo. Lee. Ta.

롤리타, 내 삶의 빛, 내 몸의 불이여. 나의 죄, 나의 영혼이여. 롤-리-타. 혀끝이 입천장을 따라 세 걸음 걷다가 세 걸음째에 앞니를 가볍게 건드린다. 롤. 리. 타.


저도 모르게 혀 끝으로 앞니 뒷 부분을 톡톡 두드려가며 따라 발음하게 된 『롤리타』의 첫 문장이었습니다.사실 원서와 다른 뉘앙스를 가진 번역이라는 평도 있지만, 어찌하였든 그 때 당시 저는 분명히 이 문장에 빠졌었습니다. 그렇게 책을 읽게 되었죠.


『롤리타』의 주인공 '험버트'는 안타까운 사랑의 경험을 가지고 있는 30대 후반의 남자 입니다. 어렸을 적 사랑을 나눴던 애너벨이 병으로 세상을 떠났고, 이후 결혼까지 이르렀던 발레리아는 다른 남자가 생겼다며 그를 떠납니다. 이런 사건들이 영향을 끼쳤는지, 그는 발작을 일으키며 요양원에서 머물기도 합니다. 그래 봬도 그는 책을 쓰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사람 입니다. 한 대학에서 강의를 하게 된 그는 어느 집을 살펴보게 됩니다. 여주인인 샬로트 헤이즈가 그를 맞이하며 집 안 곳곳을 소개하죠. 그런데 안내를 받아도 그 집이 도통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갖은 핑계를 대며 떠날 생각이 간절합니다. 어느덧 그녀가 마지막으로 베란다를 보여주겠다고 합니다. 그리고 밖을 향해 문을 여는 순간, ‘거짓말처럼’ 이 곳을 떠나야겠다는 생각이 사라집니다. 그렇습니다. 그녀의 딸인 돌로레스 헤이즈, 아니 '롤리타'가 그의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렇게 그는 두 여성과 함께 살기 시작합니다. 함께 지내다 보니, 외로운 미망인인 샬로트가 그에게 편지를 써서 고백을 해요. 나와 결혼해서 함께 살 것이 아니면, 떠나라는 메시지를 담은 편지입니다.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는 함께 살기로 결심합니다. 그럼으로써 그는 롤리타의 아버지가 될 수 있는 것이고 스스럼없이 롤리타에게 스킨십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 엄청난 열정과 헌신 아닌가요? 물론 경탄의 뉘앙스는 아닙니다. 하지만, 그에게도 감정의 도피처가 필요했습니다. 롤리타에 집중하기도 힘든데, 아내마저 생겼으니 말이죠. 이런 역할에 역시 술 만한 것이 없습니다.


The sun made its usual round of the house as the afternoon ripened into evening. I had a drink. And another. And yet another. Gin and pineapple juice, my favorite mixture, always double my energy.

늘 그랬듯이 태양이 우리 집 주위를 돌면서 오후도 무르익어 어느덧 저녁으로 접어들었다. 술 한 잔을 마셨다. 한 잔 더. 또 한 잔 더. 나는 진과 파인애플 주스를 섞어 마시기를 좋아하는데, 이렇게 마실 때마다 기운이 샘솟는다.


그가 기운을 샘솟게 (절판된 민음사 버전은 '정력을 돋군다'고 표현을 했습니다) 하기 위해 마시는 술은 진 & 파인애플 입니다. 진은 어떤 것과 섞여도 조화를 잘 이루는 증류주인데, 파인애플 주스와 섞이면 깔끔하고도 달콤한 맛을 즐길 수 있습니다.특히파인애플은 비타민 C의 함유량이 많은 여름 과일입니다. 비타민 C는 피로 회복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에, 섭취하면 절로 기운이 날 수 밖에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진 & 파인애플은 '알코올의 힘과 비타민 C의 힘'이 더해진 일종의 '정력제'라고도 볼 수 있는 것입니다. 무더운 여름 원기 회복을 위한 보양식 대신, 험버트가 힘을 내기 위해 마셨던 진&파인애플 한 잔은 어떠신가요?


-레시피

1) 쉐이커에 얼음을 채우고, 진 1온스와 신선한 파인애플 주스 3온스를 넣습니다.

2) 쉐이킹을 하여 진과 파인애플 주스가 골고루 섞이게 만듭니다.

3) 얼음을 층층이 채운 하이볼 글라스에 따릅니다.

4) 스피아 민트를 손으로 탁탁 쳐서 향을 내고, 윗 부분에 장식을 합니다.

5) 민트의 알싸한 향을 맡으며, 상큼달달한 칵테일을 마십니다.
전체 0

전체 28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추천 조회
28
[중앙일보] 고뇌를 담은 영화 '더 퀸'과 애주가로서의 엘리자베스 2세 22.09
J | 2022.10.01 | 추천 0 | 조회 50
J 2022.10.01 0 50
27
[중앙일보] 카발란과 이과두주는 ‘헤어질 결심’에서 왜 등장했을까 22.08
J | 2022.10.01 | 추천 0 | 조회 557
J 2022.10.01 0 557
26
[중앙일보] 한 잔 마시면, 꼭 두 잔을 시키게 되는 ‘위스키 사워’ 22.07
J | 2022.10.01 | 추천 0 | 조회 110
J 2022.10.01 0 110
25
[중앙일보] 낮술 한 잔에 삶이 새로워진다면? 영화 ‘어나더 라운드’와 ‘사제락’ 22.05
J | 2022.06.01 | 추천 1 | 조회 121
J 2022.06.01 1 121
24
[중앙일보] '드라이브 마이 카'의 두 남자는 어떤 위스키를 마셨을까? 22.04
J | 2022.06.01 | 추천 0 | 조회 99
J 2022.06.01 0 99
23
[좋은생각] 첫 문장부터 끝마침 까지 온통 이곳에서 였습니다 2019.12 (2)
J | 2020.01.31 | 추천 4 | 조회 953
J 2020.01.31 4 953
22
[에어비앤비] 책과 술을 사랑한다면, 포르투 2019.05
J | 2020.01.31 | 추천 0 | 조회 606
J 2020.01.31 0 606
21
[샘터] 영원한 청춘, 황인용 선생님 2019.06
J | 2020.01.31 | 추천 0 | 조회 589
J 2020.01.31 0 589
20
[오글리] 기획 < Serendipity : 책의 발견성> 2018.12
J | 2020.01.31 | 추천 0 | 조회 494
J 2020.01.31 0 494
19
[에스테틱] 행복은 지금 여기에서 2018.05
J | 2020.01.31 | 추천 0 | 조회 466
J 2020.01.31 0 4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