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책바 단상_조금은 심야식당 스러운 이야기

작성자
IS
작성일
2015-11-01 04:33
조회
1231
어젯밤은 약간의 심야식당 스러운 기억으로 남을 것 같아 기록해본다.

커플 A는 서울의 남쪽에 살지만 우연히 책바에 온 이후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오시는 단골이다. 이들은 약 한 달 전 선릉역에 있는 폴바셋에 가서 졸업시험 공부를 했다. 그 때 옆에 앉아있는 어떤 여성 분들이 아랍어 공부를 하는 것을 보고 신기해하던 기억을 가지고 있다. 오늘은 역삼에서 놀다가 갑자기 뱅쇼가 마시고 싶어 열두시 즈음 책바에 왔다.

여성 B는 서울의 남쪽에 살고 인스타그램을 통해 책바를 알게 되었다. 신촌에서 책을 읽던 중 할로윈 데이 때문에 시끄러워지자, 조용히 책을 읽으며 술 한 잔 하기 위해 처음으로 책바에 왔다. 여덟시 즈음 오셨는데, 마침 손님이 없다보니 바에 앉아 나와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열두시가 되었다. 그녀는 아랍어에 관심이 있어 요르단에서 1년을 공부하였다. 그 이후에도 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 주기적으로 카페에서 공부를 하는데, 원래는 스타벅스에서 공부를 하였다가 약 한 달 전 그 날은 같이 공부하는 친구가 폴바셋 커피를 마시고 싶다하여 선릉역 폴바셋에 갔다.

그리고 한 달 뒤인 어제 자정 즈음, 나와 커플 A, 여성 B가 함께 바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그런데 이야기를 하다보니, 이들은 약 한 달 전 선릉역 폴바셋에서 옆자리에 앉아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어제는 연희동의 책바에 나란히 앉아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만약 커플 A가 갑자기 뱅쇼가 땡기지 않았다면?
만약 여성 B가 오랫동안 머물지 않았다면?
만약 여성 B가 공부하는 언어가 아랍어가 아니라서 커플 A의 주목을 끌지 못했다면?
만약 책바에 다른 손님들도 있어서 함께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없었다면?

세상은 넓지만 동시에 좁기도 하고, 만날 사람들은 어떤 이유든지 만나게 된다.
전체 2

  • 2015-11-01 12:48

    언젠가는 만날 사람들이, 어떻게든 만나져서 풀어놓을 이야기들이 굉장할 것 같아요 🙂


  • 2015-11-01 23:27

    @화성인
    그렇죠, 마치 영화와 같은 상황이라 더 신기했다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