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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리뷰

작성자
J
작성일
2023-12-29 14:27
조회
355
 

2023의 키워드

 

1. 8년 만에 이사

올해 여름, 8년 만에 책바를 옮겼다. 이사를 결정한 이유는 더 큰 가능성을 만들어내는 공간을 운영하고 싶기 때문이었다. 연희동 책바는 고요하고 아늑한 특유의 매력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각종 제약도 많은 공간이었다. 방문객들과 대화가 어려웠고 (그래서 지인들이 찾아와도 카톡으로 대화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구현하기에도 한계가 있었다. 그렇게 공간에 대한 고민을 시작할 무렵, 코로나가 발생해 몇 년이 하릴없이 흘렀다. 이제는 안정과 나태함의 모호한 경계에서 벗어나 큰 변화가 필요했다.

결정을 내렸지만 당연히 불안했다. 현실에 대한 어느정도의 만족스러움(다른 단어로 표현하면 현실 안주이겠다), 새로운 방향성과 동네에 대한 불확실성, 몇 배로 늘어날지 모르는 지출 등 여러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새로운 비전을 공간으로 녹여내기 위해 많은 고민과 시행착오를 거쳤다. 몇 년 간 항상성을 자랑하던 몸무게가 5키로나 빠져 뭉크의 절규 같은 표정을 지으며 일했다. 부동산 계약 후 석 달이 지나서야 오픈할 수 있었고, 반 년이 지난 이제는 어느정도 적응한 것 같다. 

책바 시즌 2의 키워드는 교감이다. 연희동보다 두 배 이상 넓어진 덕분에 직원들과 함께 일할 수 있게 됐고 그동안 정체를 모르던 단골손님이 어떤 사람들인지도 알게됐다. (역시 멋진 분들이었다) 방문 목적에 따라 공간을 구분한 덕분에 자유롭게 책바를 이용하는 분들이 늘어났다. 이제는 누군가와의 다정한 대화도 가능하고, 연희동 책바 시절처럼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기 위해 방문할 수도 있다. 사소한 걱정없이 일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된 것도 만족스럽다. 덕분에 새로운 많은 것들을 시도해볼 수 있는 에너지가 생겼다. 다채로움으로 채워지는 내년이 되길 바라며.

 

2. 혼자에서 함께로

1의 연장선. 책바를 확장하며 직원을 정식 채용하기 시작했다. 혼자 일하면 큰 방향성 설정부터 사소한 청소까지 모두 해야하기에 보이지 않는 에너지 소모가 크다. 연희동 시절 막바지에 에너지가 떨어졌던 이유도 아마 이런 요인이 컸던 것 같다. 이제는 함께 일하기 시작한 덕분에 에너지를 잘 분배할 수 있게됐다.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를 받았던 부분들이 덜어졌는지 건강에 가장 좋지 않았던 습관 중 하나가 자연스레 사라졌다. 함께 일하는 즐거움을 알게 됐고, 휴가를 떠난 동안 책바가 돌아가는 모습을 보는 것은 신기한 경험이기도 했다. 물론 내가 모든 일을 하지 않아도 유사한 완성도로 공간이 유지되어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내년의 미션 중 하나는 잘 채용하고 잘 교육하기.

 

3. 식단의 변화

오랫동안 아침으로 쌀밥을 먹던 식단에서, 그래놀라와 그릭 요거트에 올리브 오일과 제철과일을 더한 식단으로 바꿨다. 작년에 컬리 올리브 오일 세션을 듣고 건강을 위해 일상에 접목시켜야겠다는 생각으로 했던 실천이다. 가벼운 식단으로 바꾼 덕분에 점심과 저녁에 대한 부담이 덜어졌고 몸도 한결 가벼워졌다.

 

4. 교정운동의 발견

자주는 아니지만 꾸준히 헬스를 하다보니 회전근개와 승모근에 늘 문제가 있었다. 오랜 컴퓨터 작업과 책바에서 하는 일들도 원인이었던 것 같다. 고개를 돌리기 힘들 정도로 불편한 적도 많아 일상생활이 버거웠는데, 문제 해결을 위해 도수치료까지 받았지만 효과는 일시적이었다. 역시 큰 변화가 필요했다. 과감히 헬스를 멈추고 요가와 필라테스를 하면서 교정까지 겸하는 운동공간을 찾았다. 일주일에 한 번에서 자주는 세 번까지, 약 9개월 정도 꾸준히 나갔다. 3개월이 지나자 차도가 생기기 시작했고 요즘은 불편함이 거의 사라졌다. 운동을 나갈 때 마다 골반을 맞춰주고 몸 전체에 굳은 근육을 풀어주니 정말 효과가 있었다. 내년의 목표는 교정과 득근의 균형을 찾는 것.

 

5. 오랜만에 성지순례

2010년에 봤으니 13년 만이었다! 이번 여행 때 꼭 보고 싶어서 리셀까지하며 티켓을 구했다. (정회원 중에서 신청자만 한정하여 추첨을 하는데 워낙 경쟁률이 높아 떨어짐) 장당 가격을 들으면 뒷목 잡고 놀랄 정도로 높은 금액이었지만.. 막상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 도착하니 눈물 날 정도로 행복했다. 민지와 함께 봐서 더 좋았고, 매년 보고 싶어졌다.

 

 

2023년의 OOO (가나다순)

 

2023의 책

1. 경험수집가의 여행 (앤드루 솔로몬)
메이저리티와 마이너리티에 모두 속한 남자가 과도기적인 세계 곳곳에 풍덩 빠진 이야기.

2. 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 (장강명)
나날이 뾰족해져가는 기술 속에서 우리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동행해야 할까.

3.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줄리언 반스)
과거의 수많은 치기를 반성하고 왜곡된 기억들을 반추하도록 만든다.

4. 이방인 (알베르 카뮈)
후반부의 뫼르소, 그는 위대하고 진실된 사람이었다!

5. 일론머스크 (월터 아이작슨)
공감능력이 결여된 천재 이야기, 그래도 그는 다 계획이 있었다.

 

2023의 먹거리

1. 돔 페리뇽 2012
최근에 NV만 마셨다가 오랜만에 마시니, 아…!

2. 레 수스 드 꼬달리 조식
어떤 공간의 조식에 반한 것은 아마도 처음

3. (디슘에서 마셨던) 샐러리 김렛
기대하지 않아서 더 맛있었던, 책바에도 도입하고 싶은 김렛

4. 집에서 먹는 일상의 아침
밥돌이의 아침 루틴이 XX년 만에 바뀌었다.

5. 프레타망제 치킨락사수프
서늘하기만 한 런던을 잠시 따뜻하게 만들어줬던 영혼의 스프

 

2023의 영상

1. 괴물
세상의 괴물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 존재한다.

2. 브레이킹 배드 (드디어 다봤다..)
인간은 어떻게까지 변할 수 있는가.

3. 성난사람들
적나라하게 표출하여 공감 가득한 현대인들의 분노 방식

4. 엘리멘탈
픽사 특유의 은유로 빚어낸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

5. 킬링디어
서늘하게 묘사된 벗어날 수 없는 인간의 굴레

 

2023의 공간

1. 레 수스 드 꼬달리

2. 빅토리아 앤 알버트 뮤지엄

3. 샤또 디켐 와이너리

4. (밤참 행사가 열렸던) 세종문화회관 로비

5. 에미레이츠 스타디움

 

2024의 소비

1. 디아블로 4
새로운 책바를 준비했을 때 몸과 마음이 초췌해진 내가 유일하게 스트레스를 풀 수 있었던 창구

2. 무신사 스탠다드 바지
기대 이상으로 만족스러워 슬랙스와 진, 운동복까지 모두 구매

3. 빈티지 지류함
오랫동안 갖고 싶었는데, 책바를 준비하는 시점에 당근에서 발견하여 구매

4. 샤또 무통 로쉴드 2013 레이블 표구
일 년 가까이 휴대폰 잠금화면이었던 이우환 화백의 작품을 직접 와이너리 굿즈 숍에 찾아가 구매 후 표구까지 완성했다. 보르도까지 찾아가 작품을 구매해서 충무로에서 표구하기까지 이르는 과정 자체가 참 소중한 기억.

5. 포터 탱커 라운드 숄더백
책 한 권에 몇 가지 작은 짐만 가볍게 들고 다닐 수 있는 토트백 겸 크로스백을 오랫동안 찾았다. 결국은 손잡이가 없는 제품을 선택해야만 했지만 그 외에는 모두 만족스럽다.